2025년 현재, 지방의 미분양 주택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 같은 금융지원 정책으로 수요를 자극하고자 하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선 단순한 대출 혜택이 아니라, 삶의 질, 주거 신뢰, 구조적 수요 대응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지방 미분양의 현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약 5만4천 세대이며, 이 중 60% 이상이 경북, 전북, 충북, 대구 등 지방 중소도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준공 후 6개월 이상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 비중은 대구 일부 지역에서 50%를 초과했습니다.
이 같은 미분양 문제는 단지 공급과잉의 결과가 아닙니다.
도시의 성장성과 인구 이동, 생활환경과의 부조화 속에서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닌 지역’에 무리하게 아파트가 공급되었기 때문입니다.
대출보다 중요한 3가지 조건
1. ‘살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주는 지역 인프라
지방 실수요자가 주택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삶의 기반 부족입니다.
병원, 초중등 교육시설, 대중교통, 문화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면 아무리 분양가가 낮아도 매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 고흥, 충북 제천 등은 신규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버스는 하루 몇 대, 병원은 시 외곽에 위치해 실질적 거주지로는 외면받고 있습니다.
2. ‘믿고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주택 신뢰 확보
소비자는 ‘팔리지 않아 남은 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하자보수 지연, 마감재 하락, 관리비 과다 등으로 실입주율은 더 낮아지고 있습니다. 디딤돌 대출 같은 금융지원보다 하자 없는 시공과 체계적인 관리 보증제가 선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인증제 도입, 건설사 평가지표 연동, 입주민 사후관리 민원 시스템 통합 등이 필요합니다.
3. ‘누가 살 것인가’에 맞는 공급 설계
지방의 수요자 구성은 청년층, 고령자, 1~2인 가구가 중심입니다.
그러나 공급되는 주택은 여전히 중대형 평수 위주로, 투자 목적 중심으로 기획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지방 인구 구조에 기반한 ‘맞춤형 주택 설계’가 이뤄져야 하며, 고령자 배려 설계, 전용면적 60㎡ 이하 확대, 주거복지형 복합단지 등 생활에 밀착된 모델이 정착되어야 미분양 해소도 가능합니다.
공급 정책의 실패 원인과 구조적 과제
건설사와 지방정부 간의 ‘행정 밀착 공급’은 종종 수요 예측 없는 공급을 낳았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아파트 유치”라는 명분 아래 실제 수요나 정주 의지는 검토되지 않았고, 그 결과 인프라와 수요 없는 대단지 공급이 이어진 것입니다. 또한 중앙정부 정책과 지역 집행 간의 책임 전가 구조도 문제입니다.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제도 부족이 아니라 책임 있는 실행과 협력이 부재했기 때문입니다.
지방소멸 위기와 주택 수요 붕괴는 하나의 문제다
2025년 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약 118곳이 ‘소멸 위험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는 단지 인구수가 줄어든다는 차원을 넘어, 지역경제의 기반이 붕괴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주거 인프라 이전에 삶의 터전을 회복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아파트 분양률로만 성과를 측정해서는 안 됩니다.
계층별 수요자가 지방을 외면하는 이유
청년들은 일자리와 교통의 부재로, 고령자는 의료 접근성 부족으로, 신혼부부는 보육과 교육 인프라 미비로 지방 거주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입주 조건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각 계층별로 필요한 복합 기능(공공서비스, 커뮤니티 지원, 문화시설 등)을 포함한 정주형 주거 모델이 지방 미분양 해소의 열쇠입니다.
해외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일본은 지방 재생 전략의 일환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고령자·청년·이주민에게 맞춤 제공하고, 정착금, 의료 지원, 공동 돌봄 등 생활 기반을 함께 제공합니다.
영국은 커뮤니티 랜드 트러스트를 통해 지속 가능한 소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운영 모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해법: 정착 유도형 주택정책으로 전환하라
이처럼 성공적인 사례들은 ‘집만 지어놓고 떠나는 구조’가 아닌, ‘지역 안에서 살아가는 조건’을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공급 정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사회정책, 경제전략이 통합된 정착 유도형 주택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행정·정치·시민이 함께 설계하는 구조 필요
주거 정책은 장기적 시야를 가져야 합니다.
선거 주기나 단기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주택 공급은 결국 다시 미분양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도시의 10년 후를 상상하고 설계할 수 있는 정책적 용기가 지방 시장 회복의 진정한 열쇠입니다.
또한 지방 미분양 문제는 단지 부동산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인구 정책, 교육·복지·보건의 연계된 결과입니다.
따라서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지역 삶 총괄 전략본부’ 같은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통해 주택 공급, 인구 유입,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결론: 정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결국 정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미분양 해소의 근본입니다.
정책은 통계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며, 거주자의 경험과 기대를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단지 건설이 아닌 사람 중심의 주거 철학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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